[한겨레] ‘세월호 사찰’ 기무사 간부 “지시 따른 것”…법원은 직권남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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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사찰’ 기무사 간부 “지시 따른 것”…법원은 직권남용 인정
  • 김원식 리포터
  • 승인 2020.02.02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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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보도는 '한겨레'에서 취재, 보도한 뉴스기사 입니다.

세월호와 구원파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이 잊혀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와 관련한 뉴스기사들을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겨레] ‘세월호 사찰’ 기무사 간부 “지시 따른 것”…법원은 직권남용 인정
기사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5745.html

- “사령부 지시 받았을 뿐” 기무사 간부들 항소
- 군사법원 1심 판결문 보니
- “(상관 지시 받았어도) 부하를 상대로 한
- 추가적인 직권남용까지 정당화되는 것 아냐”

- 기무사, 유가족 동향 및 정치 성향 등 사찰 보고서
- ‘대통령 비서실-국방부장관-각 군 총장’에 보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등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 국장이 조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등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 국장이 조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7월 발족한 ‘기무사 의혹 특별수사단’ 세월호 수사팀은 5개월의 수사 끝에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안보지원사령부)가 조직적으로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정황을 밝혀냈다. 참사 직후 6개월간 기무사가 만들어낸 정보 보고서는 627건에 달했다. 그러나 소속 부대원들에게 사찰을 지시한 기무사 간부들은 ‘무죄’를 주장했다.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고, 유가족 동향과 정치적 성향까지 빠짐없이 지시한 당사자였지만 자신들 또한 “사령부 지휘부의 첩보 수집 의도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라며 피해자임을 자처한 것이다.

혐의를 부인한 이들은 2014년 광주·전남 지역을 관할하는 610기무부대장이었던 소강원 소장과 안산 지역 관할의 310기무부대장이었던 김병철 준장이다. 소 소장과 김 준장은 자신의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 첩보 수집 활동을 지시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소 준장에게 징역 1년, 김 준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2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한겨레>가 확인한 소 소장과 김 준장의 군사법원 판결문에는 이들이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내세운 주장이 자세히 드러났다. 소 소장과 김 준장은 자신들도 사령부 지시를 받는 대상에 불과하다며 부대원들에게 직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실종자 수색 작전에 관한 가족들 뜻을 알아보기 위해 첩보활동을 지시한 것이지 정치적 활용이라는 상부의 목적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대원들의 진술과 각종 문건 등을 종합해 이들의 직권남용을 ‘유죄’로 인정했다. 더불어 청와대와의 긴밀한 소통이 오가는 가운데 첩보활동이 이어진 정황도 판결문 곳곳에 나타났다.


■ 사령부 지시 따랐을 뿐이다?
2014년 4월16일 참사 다음날부터 곧바로 시작된 기무사의 첩보 활동은 같은달 28일 기무사 사령부 내에 세월호 티에프가 설치된 뒤 본격화됐다. 당시 광주전남 지역 기무부대를 관할했던 소 소장은 부대원들을 진도 실내체육관과 진도군청 등으로 보내 ‘실종자 가족 동정’ ‘희생자 가족 요구사항 및 분위기’ 등 유가족 관련 첩보 수집을 지시했다. 안산 지역을 관할했던 김 준장은 비슷한 시기 안산 가족대책위 대표와 대변인의 정치적 성향 등에 관한 정보 및 단원고 분위기, 인천 가족대책위 요구사항 파악 관련 첩보 활동 지휘를 총괄했다.

하지만 재판 단계에서 이들은 첩보 수집 활동을 지시한 감독권자가 아닌, 상부 지시에 통제받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소 소장 사건 재판부는 “상관의 직권남용으로 의무없는 일을 하게 됐더라도 자신의 부하를 상대로 한 추가적인 직권남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며 그가 사령부의 첩보 수집 목적을 충분히 인식한 채 ‘적극적으로’ 사찰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지속적으로 수집, 보고하도록 명령한 이들의 행위는 부대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도록 하는 것이므로 직권을 남용한 행위라는 논리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죄를 뜻한다.

소 준장은 당시 사복을 입은 경찰관이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 간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다 적발돼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부대원들에게 동향을 계속 파악할 것을 지시하면서 ‘휴대전화에 잠금장치를 설정할 것’ ‘문자메시지는 발송 후 즉시 삭제할 것’ ‘우발상황 발생시 실종자 가족행세를 할 것’ 등 대비책까지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지시로 첩보 활동을 수행한 부대원들은 심한 부담감을 느꼈지만 ‘불법적인’ 지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소 소장 부대원이 작성한 한 문건에는 ‘군 관련성 없는 단순 유가족 동정 등 파악 지시 수행에 부담감 포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재판부도 부대원들이 수사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활동이 ‘민간인 사찰’에 해당해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실종자 수색 위한 적법한 첩보 활동이었다?
소 소장과 김 준장은 당시 군 수뇌부가 실종자 수색 작전의 규모나 방법, 작전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첩보 활동이 필요했다는 주장까지 개진했다. 수색 작전에 관한 실종자 가족들의 의사나 요구사항을 파악해 수뇌부에 제공할 목적으로 가족 동향을 파악했고, 지휘부가 정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리란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사건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티에프 소속 부대원들은 청와대 등에 제공할 목적으로 정보보고 문건을 작성했는데, 군사법원은 이 내용을 소 소장 등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소 소장에게 제공된 2014년 5월 초 작성한 ‘여론 및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 이미지) 관리’ 문건을 보면, 정부 부담 요인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2의 광우병 사태 재연 우려’, 관리방안으로는 ‘반정부 세력에 의해 국민여론이 왜곡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 등이 기재됐다.

첩보 지시를 따라야 하는 부대원들은 당시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파견되지 않았음에도 각 군이나 국방부에서 파견을 온 것처럼 행세하며 회의 자리에 참석했다. 그렇게 ‘몰래’ 회의에 참여한 뒤엔 다른 정부부처 소속 공무원과 가족들 발언을 청취했다. 또 자신의 지위나 사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안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파견된 군인들로부터 각 기관이 작성한 자료를 비공식적으로 입수했다. 이러한 자료는 유가족 등의 이름이나 직업은 물론 병력, 치료내역 등 개인정보도 다수 담겨 외부 유출이 금지돼야 했다. 그럼에도 김 준장은 ‘자료수집 목적 대외협력자 접촉 간 식비’ 명목 예산까지 배정하며 비공식적인 자료 입수를 꾸준히 지시했다.

재판부는 두 간부가 사령부의 첩보 수집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준장은 참모장을 상대로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로 반정부성향이나 보상금을 충분히 지급할 경우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거나 ‘재난대책본부에서는 일부 좌파단체의 유가족 선동에 따른 정치투쟁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직접 보고했다. 또 그가 직접 작성한 “세월호 침몰 49제 즈음 분위기 진단” 문건을 보면, 가족 대책위 대표가 금속노조 출신이라거나, 대변인이 정의당원임이 강조됐다. ‘효순·미선 사건과 같이 월드컵 집단응원 분위기에 편승, 좌파의 대중 결집 시도시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 가능’ ‘청와대 보고가 요망됨’과 같은 내용도 적혀 있어 세월호 첩보 활동의 최종 목적이 실종자 수색 등 구조 활동이 아닌 반정부 세력 견제 및 통제 등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판결문에 드러난 청와대 개입 흔적
판결문을 보면 기무사가 수집한 첩보를 어떤 방식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도 일부 알 수 있다. 소 소장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전부터 청와대 내부 분위기 등을 파악해 ‘지휘참고자료’라는 문건을 작성해 고 이재수 전 사령관에게 보고해왔다.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은 이를 통해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 주요직위자에게 그 내용을 보고할 것을 결심했다”고 판단했다. 그 뒤 설치된 기무사 세월호 티에프에서 작성한 각종 첩보 보고서를 보고받은 이 전 사령관은 정보보고 등의 이름으로 대통령 비서실, 국방부장관, 각 군 총장 등에게 보고했고, 보고 내용에 대한 추가 보완 및 새로운 사항 보고를 해온 점이 인정됐다.

김 준장 사건 판결문을 보면, 세월호 티에프 현장지원팀이 작성한 문건을 정책지원팀이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은 한 달에 3∼4회씩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 비서실에 제공하거나 청와대 주요직위자를 만나 직접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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