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의 메모장] 신천지 교리를 "덜" 믿어야 신천지 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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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의 메모장] 신천지 교리를 "덜" 믿어야 신천지 교인일 수 있다.
  • 윤재덕 컬럼리스트
  • 승인 2020.01.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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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메모장을 공개합니다.

  역사 속 많은 이단들과 또 "당(party)"들이 있었고, 당의 붕괴는 곧 당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믿음의 붕괴였다. 정치적 집단이든 종교적 집단이든 상관없이, 어떤 집단이든 그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믿음의 구조'가 있다. 믿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열린 미래를 향한 인간의 선택과 실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의 구분은 피상적이고 진부하다. 설령 그가 무신론자라 할지라도, 그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을 수 있다.

  그럼 신천지 교인들은 어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 신천지 교인들은 "말씀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해보면 자신이 믿고 있는 바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신념만큼은 단단해보인다. "잘 설명할 수 없는 확신" 이랄까?(이런 류의 확신은 기독교인도 예외가 아니지 않을까?) 나는 신천지의 경우 그 믿음의 구조가 이중적이라 생각한다. 즉 표면상 공개되고 교육되고 있는 믿음의 내용과, 실제로 그 집단을 유지시키는 믿음의 내용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전자는 흔히 '교리'라고 부르는 신천지의 교육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신천지 교인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는 강한 확신이다. 그리고 실제로 신천지 교인들이 기대어 있는 쪽은 전자가 아닌 후자이다.

1. 

  '"신천지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얻게 되는가?'의 문제를 생각하면, 그들의 믿음의 구조를 파악하는 좋은 출발점을 얻을 수 있다. 신천지 교인과 비신천지인은 최초 만남은 '모략을 행하는 자'와 '모략에 당하는 자'로서의 대면이다. 그리고 이 포교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지점은, '모략에 당했던 자'가 '모략을 행하는 자'가 되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즉 신천지를 몰랐던 사람이 이제는 신천지라는 사실을 감추고, 그 위에 선교사, 목사, 심리 전문가, 교수 등의 외피를 스스로 뒤집어 쓰게 되는 것이다(혹은 이를 돕는 것이다). 선량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을 때, 그는 자신을 "신천지인"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모략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그/그녀에게는 '옳고 그름의 새로운 기준'이 기입된다. 이 새로운 기준이란, 일반적인 도덕 기준을 압도하는 '이만희의 요구'이다. 이것은 "역사완성"을 위해서 일반적인 도덕적 기준을 잠시 눈 감아두라는 부드러운 강제로서, 기독교로 말하자면 세례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의 세례가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공동체로의 입문 의식이라면, '모략에의 참여'는 도덕 기준의 변경을 가져오는 신천지식 입문의식인 것이다. 이 변경된 도덕기준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자리가 수료식이다.(그러니 수료식은 자랑할만한 것이 못된다)

  이로써 입교 이후의 신천지 교인들은 모두 모략의 추억을 공유하게 되는데, 나는 이를 지젝을 따라 "공유된 죄 매커니즘"이라 부르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유된 죄 매커니즘"이 신천지 교인들에게 '반도덕'이 아니라, '도덕 위의 도덕'으로 취급 된다는 데 있다. 즉 신천지 교인은 모략을 행하면서도 자신이 도덕을 저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략이라는 행위가 신에게 단죄받아 마땅한 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모략을 '신의 뜻을 위한 어쩔수 없음혹은 '신의 심판에서의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을 제정하지만 법에 저촉받지 않는 자의 형상이 독재자이듯, 바로 저 심판에서의 예외의 자리를 차지한 모략이 그 사람의 도덕기준 위에 독재자로서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공유된 죄 매커니즘의 해악은 외부에서 그 죄를 지적하면 지적할수록, 죄를 공유하고 있는 자들과의 연대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데 있다. 만일 개인이라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금세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유된 죄 매커니즘 속에서는 자신의 죄를 부정하는 정당화가 집단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나 말고도 저 강사가, 나 말고도 저 전도사가, 나 말고도 20만명이나 믿는데 틀리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안심하게 된다.

2.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길은 열려있을까?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게 그 공유된 죄의 연대로부터 이탈하는 방법이겠지만, 내게는 이 길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렵게 보인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이 곧 구원의 길인데, 이 길은 정말 좁고 협착하다. 센터 수업을 듣다가, 신천지임을 알고 충격을 받아 자신이 속았던 경위를 되돌아보며 그 자리에서 센터를 이탈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죄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기란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 귀에 들어가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때는 정반대 방향에 출구가 있다. 이때는 신천지가 공공연하게 가르치는 그 "교리"가 도움이 된다. 즉 신천지가 제시하는 그 이데올로기, 이만희씨가 가르치는 교육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길이다. 그 길의 끝은 비록 감추어있지만 열린 출구이다. 장막성전이 사기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순진했던 이만희씨는 몹시 분개했고 유재열을 고소할만큼 실망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자신의 판단 착오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내가 틀릴 리 없어' 라는 모래 위에 세운 편집증적 재구성이었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신천지 교리이고, 그 내용은 들여다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그렇기 때문에 지난 36년 동안 버전-업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만희씨는 그 시작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이 사실을 발견하는 길은 그가 주장하는 이 이데올로기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그 근거를 끝까지 확인해보는 길이다. 

  이런 경우의 전형은 다름 아닌 신현욱 목사이다. '당'에 대한 충성을 갖고 신천지 이데올로기를 진지하게 믿었을 때 그가 만난것은 신천지 이데올로기가 갖는 자체적인 내적 모순, 곧 막다른 골목, 곧 이만희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였다. 그는 장막성전의 이만희씨처럼 몹시 실망했을테지만, 그가 이만희씨와 다른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간단한 사실이다.

3.

  
따라서 이상의 숙고를 통해, 나는 신천지 교인들이 신천지 이데올로기를 믿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정작 기대고 있는 것은 공유된 죄에 대한 집단 정당화이고, 표면상 발라놓은 신천지 교리에 대해서는 오히려 '덜' 믿고 있다.

  그들은 '덜' 믿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덜 믿지 않으면 신천지에 남아있을 수 없다.' 신천지 수뇌부들도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덜 믿도록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정신교육한다는 부장들과 강사들이 앞에서 '말씀을 열심히 봐야 한다'고 역설할 때, 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신도들이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래. 나는 성경을 잘 모르니, 이제부터 하나하나 확인하며 읽어봐야겠다'라고 하다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주장을 가져온다면, 신천지 리더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직 그 부분은 말씀이 열리지 않았다', '우리가 자라나면 총회장님이 가르쳐줄것이다' 따위의 말을 늘어놓으며 논점 이탈을 시전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말씀을 진지하게 읽은 신도를 칭찬해주기는 커녕 잠재적 배도자 취급을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신천지 리더들은 은연 중에 교인들을 '말씀을 잘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 신천지 정신 교육 영상을 보고 있으면, "우리 성도들, 이런 내용 모르시지요? 그러니까 말씀을 열심히 보셔야지요" 따위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데, 이 발언은 그 발언의 내용과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즉 교인들로 하여금 '정작 나는 말씀을 잘 모르는데 앞에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으니, 저 사람 말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씀을 주체적으로 읽을 수 없게 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이다. 마치 센터에서 "말씀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면서도, 관련 구절들을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때의 "말씀"은 사명을 맡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지배관계를 확립하는 기능만 있을 뿐,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나 '덜' 믿고 있다.

***
  이상 신천지 교인들이 갖는 믿음의 이중 구조를 살펴 보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두자.

A. 모략 : 공유된 죄 매커니즘
B. 덜 믿는 신천지의 이데올로기

  이 둘 중 하나만 붕괴되어도, 신천지 교인은 더 이상 신천지 교인으로서 남아있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의 입장에서, 신천지 수뇌부들은 공유된 죄 매커니즘을 통해 신천지의 몸집을 부리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덜믿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하다면, 내가 할 일이란 B를 내파시키고, A를 드러내어 양심을 깨우는 일이리라. 당은 이렇게 붕괴된다.

출처: https://jaeduggi.tistory.com/ [아, 우주는 겁나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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