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금요칼럼] 대통령 모욕죄, 허용돼서는 안 된다/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상태바
[서울신문/금요칼럼] 대통령 모욕죄, 허용돼서는 안 된다/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 정현 리포터
  • 승인 2022.01.08 09:18
  • 댓글 0
이 아티클을 공유합니다

[서울신문/금요칼럼] 대통령 모욕죄, 허용돼서는 안 된다/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507029012
입력 :2021-05-06 20:20ㅣ 수정 : 2021-05-07 10:33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국가원수모욕죄'라는 것이 있었다.

국가원수모욕죄(國家冒瀆罪)는 1975년 박정희 국사독재시절부터 존재하다가 1988년 폐지 되었고, 2015년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위헌 판정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형법
제04조의2(국가모독등)
①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②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등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전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제2항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정부 내지 정부관료는 공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죄의 피해자 지위에 있을 수 없다. 개인 사생활에 대한 내용이 아닌 이상, 행정이나 정치와 관련된 사항으로 명예훼손죄의 피해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개인에 대한 모욕행위라고 한다면, 모욕죄는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다른 죄이다.
▲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2016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한창 이어지던 때다. 한 과천시민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해 과천시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적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통령 탄핵시위가 주였지만, 광화문광장에선 그 외에도 여러 적폐를 청산하자는 요구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던 시기였다. 과천시 현안도 적폐 청산 측면에서 조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과천시장은 해당 현수막의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이유로 위 시민을 고소했다. 과천시는 “국가기관이라 고소인 자격이 없기 때문에” 과천시장이 개인적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과천시장은 수사 절차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두 명의 과천시 공무원이 과천시장의 대리인으로 나와 고소인진술을 했다. 처벌 의사도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표시했다. 수사기관은 허위사실의 입증이 명백하지 않음에도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을 찾아내기 위해 기지국 수사와 위치추적을 광범위하게 수행했다. 위 시민과 자주 통화를 하거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수사 과정에서 추적됐다. 법원도 소명이 충분하지 않은 광범위한 수사에 대해 의미 있는 통제를 하지 못했다.

위 현수막에 적시된 문제들은 중앙 일간지 등을 통해 보도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현수막 문구들은 과천시 공무원의 설명과 과천시가 작성한 의견서를 근거로 기소까지 됐다. 문제의 과천시민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물론 결국에는 무죄선고를 받아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지만 말이다.

그 과천시민을 위해 수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면서 나는 과천시 공무원들과 싸움을 하는 상황에 처한 그분의 고통에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과천시장은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조사를 받지 않았고, 과천시 공무원의 진술과 과천시 의견서가 대부분의 증빙자료로 제시됐다. 과도한 추적방법들이 동원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고소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고위공직자의 형사고소’는 시민을 괴롭히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남성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며칠 전 취하했다. 만약 모욕죄를 문제 삼은 고소전이 계속됐다면, 문 대통령 개인이 고소했다 해도 그 30대 남성은 대통령이 대표하는 대한민국 공무원들과 싸워야 했을 것이다. 30대 남성의 언론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 역시 이동통신사를 통한 동선 파악과 휴대폰 압수 및 포렌식 등을 겪어야 했다.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에 대해서는 그간 폐지와 관련된 논의들이 많았고 합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비판은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요소인 표현의 자유 보장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의도가 어찌됐든 대통령의 시민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 고소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혐의로 시민들을 형사고소하게 되면 당사자는 뒤로 숨고 공무원들이 나서서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이 기울어진 링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해 절망하게 되고 표현의 자유는 더 위축된다. 당연히 민주주의는 납짝하고 찌그러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고위공직자들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이유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접수할 때, 접수 단계에서 각하시키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인은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을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한다.
2021-05-07 29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도서소개
이슈이슈
  • [바로알자] 알고 보니 남편 있는 유부녀... 난 처녀라고 한 적 없다?
  • [사이비퇴치] 나치 독일의 괴벨스를 기억합니다.
  • [노컷뉴스 단독]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영상 포함]
  • [뉴시스] 잇단 고발장→기소의견 송치…위기의 전광훈·한기총
  • [노컷뉴스 단독]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 [현대종교] 현종 TV, 아베 사건과 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