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무료 공연이라더니 교회 목사가…" 당근마켓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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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무료 공연이라더니 교회 목사가…" 당근마켓서 벌어진 일
  • 김유신 리포터
  • 승인 2021.12.2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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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종교 유관단체 관련 행사 티켓 나눔
당근마켓 "종교적·정치적 게시글 제재"
앞서 '안철수를 팝니다' 게시글도 제재

본 기사는 '한경닷컴'이 제작, 배포한 보도 입니다.

"무료 공연이라더니 교회 목사가…" 당근마켓서 벌어진 일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2227291g

"무료 티켓 나눔인 줄 알고 공연장에 갔는데 이단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합창단 공연이더라고요. 돈 주고 산 티켓도 아니라서 따질 수도 없고 황당할 뿐입니다. 이런 특정 종교 관련 게시글은 플랫폼 차원에서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진=당근마켓 공식 블로그 캡처]
[사진=당근마켓 공식 블로그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 성격이 가미되면서 일부 종교단체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일종의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돼 주의가 요구된다. 당근마켓은 특정 종교 및 정치적 성향과 관련된 게시글은 제재하고 있으나, 글에 문제 키워드가 담겨있지 않은 경우 사전에 필터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료 나눔' 공연 갔더니…전화번호 요구하고 목사 설교까지

2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이달 초 당근마켓에서 진행된 '티켓 무료 나눔'을 통해 관람권을 배부 받았다. A씨가 티켓 나눔을 신청한 '크리스마스 연말 뮤지컬 영화공연 티켓 무료나눔'이라는 게시글에는 "후원 받은 티켓이 남아서 나눔 한다. 선착순 마감이니 빨리 신청하셔야 한다"며 "연말에 가족과 따뜻한 시간 되시기를 바라며 나눔한다"고 적혀 있었다.

글 내용처럼 '크리스마스 뮤지컬 영화공연'인 줄 알았던 A씨는 공연장에 도착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한 교회 목사가 나와 성경 내용을 얘기하며 선교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달 초 당근마켓에 올라온 '티켓 무료 나눔' 관련 게시글. [사진=독자 제공]
이달 초 당근마켓에 올라온 '티켓 무료 나눔' 관련 게시글. [사진=독자 제공]

A씨는 "공연에 목사 설교가 포함됐다는 것을 알았다면 애초에 티켓 나눔 신청을 안 했을 것"이라면서 "공연이 끝나고 관련 목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단으로 규정된 교회 목사인 것 같아 더욱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A씨가 관람한 공연은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진행된 '그라시아스 합창단' 공연으로, 이 합창단은 2000년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목사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쁜소식선교회는 1992년 77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보고서와 2008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93회 총회보고서에서 '구원파'의 일파로 규정되기도 했다.

그는 "공연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티켓에 전화번호를 적고 입장하라고 돼 있더라. 종교단체에 개인정보를 넘긴 셈인데 이런 행사인 줄 알았다면 전화번호를 안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에 목사의 설교만 없었더라면 공연 자체는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면서며 "다만 설교가 프로그램에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A씨가 당근마켓 '무료 티켓 나눔'을 통해 받은 공연 티켓. [사진=독자 제공]
A씨가 당근마켓 '무료 티켓 나눔'을 통해 받은 공연 티켓. [사진=독자 제공]

당근마켓, 종교·정치적 글은 제재…앞서 안철수 후보 글도 '제재'

당근마켓은 플랫폼 이용자 수가 늘고 지역 기반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지자 특정 종교 및 정치성향의 단체가 관련 게시글을 게재하는 경우 자체적인 필터링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올린 글 역시 당근마켓 측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글이 삭제됐다. 지난 14일 안 후보는 당근마켓에 '찰스'라는 닉네임으로 '안철수를 팝니다'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을 홍보했다. 해당 글에서 안 후보는 "의사 경력으로 사람 잘 고치고, 몸과 마음 모두 마라톤 완주 경험으로 체력 갑"이라며 "교수 경력으로 가르치는 것도 잘한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당근마켓에 올린 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당근마켓에 올린 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이용가능한 서비스에 대해선 아이 돌봄, 자영업자 전단지 배포, 여성 귀갓길 동행 등을 제시하며 "위에 나열된 것 외에도 '이런 것도 되나' 싶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뭐든 불러만 달라. 안철수는 내년 1월31일까지만 판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팅으로 필요한 점을 요청하시면 상담 후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며 거래 가능 지역으로는 국민의당 당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표기했다.

당근마켓 측은 해당 글을 확인한 뒤 안 후보 캠프 측에 특정 정치적 성향을 띤 글과 생명을 거래하는 내용의 글은 전면금지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후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지역 커뮤니티인 만큼 특정한 정치적·종교적 목적의 게시글은 제재될 수 있다. 서비스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가 발견되거나 신고될 경우 높은 수위로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거래 게시글에 문제 키워드가 없거나, 이상 감지가 없을 경우 사전 필터링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용자 신고를 통해 사후 제재는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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